나노벨
악마는 초콜릿을 먹는다

1화. 프롤로그

악마는 피를 마신다고 했다. 사람의 욕망을 먹고, 영혼을 거래하고, 불행한 인간 앞에 나타나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고. 하지만 내가 만난 악마는 달랐다. 그는 초콜릿을 먹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는 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검은 셔츠, 지나치게 완벽한 얼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누가 봐도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지금 내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막 뜯은 초콜릿 바를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씹고 있었다. "먹고 있잖아." 남자가 대답했다. "그건 알아요. 근데 왜 악마가 초콜릿을 먹어요?" 잠시 침묵. 그는 손에 든 초콜릿을 내려다봤다. 마치 수천 년 동안 고민해 온 질문이라도 받은 것처럼. "인간들은 이상하군." "뭐가요?" "악마가 사랑을 느끼면 이상하다고 하고, 초콜릿을 먹으면 더 이상하다고 하는군." 나는 눈을 깜빡였다. "……사랑?" 그 순간 남자의 눈이 나를 향했다. 차갑고 무감정했던 얼굴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래." 그가 말했다. "나는 네 영혼을 가지러 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그는 초콜릿 조각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네가 만든 초콜릿을 먹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슨 생각이요?" 악마는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외로움을 가진 눈으로 말했다. "너를 가져가는 대신, 네 곁에 있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