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처음에는 모두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
흰 셔츠.
검은 코트.
종이처럼 선명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는 얼굴.
사람들은 AI 사진이라고 웃어넘겼다.
며칠 뒤에는 CCTV 영상이 올라왔다.
그 남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 AI 합성 잘하네."
"영화 홍보인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날 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계산대 위에 만화책 한 권이 놓였다.
직원이 바코드를 찍으려다 멈췄다.
"손님, 이거 아직 안 나온 신간인데요?"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갸웃했다.
"신간?"
"네."
"이건... 내 인생인데."
직원은 웃었다.
"설정 재밌네요."
남자는 웃지 않았다.
책을 넘기던 그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최종화 -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세계를 구한다.〉
"...끝났군."
그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나는 왜 아직 살아 있지?"
그날 이후, 현실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지나간 골목에는 말풍선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고,
사진을 찍으면 배경에 없는 인물들이 함께 찍혔다.
아이들은 그를 보면 "주인공이다!"라고 외쳤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그냥 잘생긴 청년일 뿐이었다.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철학자들은 현실의 정의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는 그에게 임시 신분증을 발급했다.
이름: 유진.
출생: 확인 불가.
국적: 미확인.
직업: 없음.
특이사항: 현실 세계 적응 대상.
그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다.
문제는...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방법은 전혀 몰랐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