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벨
아수라 - 어둠 속의 연인

1화. 아수라 - 어둠 속의 연인 · 1화

1화 내게 세상이란 어둠이란 이름의 깊고도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절망과도 같았다. 어둠이 내 시야를 가리는 내내 나는 소리와 향기로 세상을 읽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기적이 찾아왔다. 각막을 이식받게 된 것이었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붕대를 풀던 날, 흐릿한 시야 너머로 한 남자가 보였다. 아니, '남자'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밤의 정적을 뚫고 찾아온 환영 같은 존재. 창백한 피부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어둠 속에서도 빛났던 그는 내 생애 처음 본 가장 아름다운 '천사'였다. 남자의 이름은 이안이었다. 그는 내가 각막을 이식받도록 동의해 준 유족의 가족이라고 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깊고 서늘했다. 그런데도 그가 낯설거나 두려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잘 보이니?” 그의 나직한 저음이 귓가를 울렸다. 그날 이후부터 그는 내 곁을 맴돌았다. 내가 잠이 든 밤에만 나타나는 기묘한 수호천사. 나는 그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