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비 오는 밤이었다.
"...기각입니다."
법정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마지막 서류를 정리하며 넥타이를 풀었다.
개업 5년 차 변호사.
승소율은 나쁘지 않았지만, 의뢰인은 늘 말했다.
"변호사님, 정의는 이기는 겁니까?"
그 질문이 제일 싫었다.
정의가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정의가 증거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니까.
현실은 법이고, 법은 증거였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사무실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콰아아앙!
천둥이 떨어졌다.
창문 밖으로 검은 번개가 번쩍였고, 내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뭐야?"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몸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자 붉은 하늘이었다.
용암이 강처럼 흐르고, 검은 성이 하늘을 찔렀다.
내 앞에는 키가 3미터는 되는 악마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
황금 뿔을 가진 거대한 존재가 무릎을 꿇었다.
"...드디어."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한 계약의 심판자께서 오셨습니다."
"...네?"
"마왕이시여"
그렇게 슬기로운 마계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