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벨
드래곤과 결혼하면 이세계탈출 쌉가능

1화. 프롤로그

"축하드립니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뭐?" 눈앞에는 하얀 대리석 기둥이 줄지어 서 있었고, 천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판타지 게임에서나 볼 법한 신전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금발의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당신은 선택받은 용사입니다." "...아." 이거구나. 이세계. 트럭에 치인 기억도 없고, 과로하다 쓰러진 기억도 없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여기였다. "마왕을 쓰러뜨리고 세상을 구해주세요." "...싫은데요." "...네?" 여자의 미소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집에 가야 해서요." "세계를 구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집." "전설의 무기와..." "집." "...아름다운 동료들과..." "집." 나는 진심이었다. 세계는 알아서 구해도 되지만 월요일 출근은 내가 해야 했다. 여자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작은 수정구를 꺼냈다. "잠시만요. 귀환 조건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수정구가 반짝였다. 잠시 후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왜 그러세요?" "그게... 귀환 마법진이 오래전에 파괴됐습니다." "...네?" "현재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순간 신전에 있던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나는 침을 삼켰다. "뭔데요?" 여자는 차마 믿기 어려운 내용을 읽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륙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과 혼인 계약을 맺으면, 드래곤의 차원 이동 능력을 이용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 "..." "...죄송한데, 방금 뭐라고요?" "드래곤과 결혼하시면 됩니다." 신전은 조용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왕을 잡는 것보다 어려운 거 아니냐?' 그날, 내 목표는 용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의 배우자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대륙의 드래곤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흑룡은 지난 천 년 동안 청혼한 사람을 전부 얼려 버렸다는 사실을. "...망했다." 그 한마디와 함께 내 이세계 생활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