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화. 대역 계약
"저는 악녀의 대역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사랑하시면 안 됩니다, 전하."
…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지금 나는 축축한 지하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눈앞에는 제국에서 세 번째로 무서운 남자가 앉아 있었다.
벨플뢰르 공작.
"이름."
"리브요. 성은 없습니다."
"좋군. 어차피 버릴 이름이니까."
공작이 서류 한 장을 밀었다. 계약서였다.
"오늘부터 넌 내 딸이다. 로제타 벨플뢰르."
"…공녀님은요?"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지."
침묵이 무거웠다. 나는 침을 삼켰다.
"사흘 뒤, 넌 황태자의 약혼녀로 황궁 연회에 선다."
"사흘이요? 대본도 안 주시고요?"
"대본 없이 살아남는 게 네 재능 아니었나."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 했다.
금화 삼백 닢. 불타 버린 우리 극단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돈이었다.
배우가 무대를 고르나. 무대가 배우를 고르지.
내가 사인을 하는 순간, 공작이 다정하게 웃었다.
"아, 참고로."
"진짜 로제타는 왼쪽 손목에 흉터가 있다."
그리고 그가, 단검을 뽑았다.